카카오가 직급상승에 따라 보장되는 최소 임금 인상률을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본사 노동조합 가입률이 50%를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범수 창업자 등 핵심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노사관계마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직급상승(스테이지업)에 따른 임금 인상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 평가·보상제도를 최근 공개했다. 사내에선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인사평가 시즌을 앞두고, 회사가 돌연 제도를 변경하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온다. 기존 평가제도에 맞춰 진행한 1년간의 업무를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은 직급상승, 연봉인상, 성과급 등 세 항목으로 나뉜다. 직급상승의 경우 조직장이 아닌 별도의 사내 평가단이 결정하며, 이에 따라 미리 정해진 임금 인상률이 적용된다. 여기에 평가 등급에 의한 인상률과 조직장의 재량 평가를 반영한 인상률을 합산해 최종 임금 인상률(성과급 제외)을 정하는 식이다. 인사 및 보상에 있어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일정 부분 제한하기 위한 제도였다.
새 제도는 직급이 상승해도 최소 인상률 보장 없이 조직장의 재량으로 임금 인상률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임원급인 조직장의 권한이 기존보다 더 커지는 셈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아이티(IT) 업계는 채용부터 평가, 보상까지 조직장의 과도한 권한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회사가 내년도 임금 인상 재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이런 조처를 하는 것 같다”며 “회사 실적이 나빠져 재원을 줄이게 되더라도, 구성원과 논의하지 않은 새 제도 적용은 내년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 노조는 지난 18일 기준 카카오 본사 조합원 수가 2034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법인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3879명(기간제 제외)이다. 근로기준법상 과반 노조가 되면, 카카오 노사협의회(노사 동수 각 8인)에 참여하는 근로자 위원을 전체 직원이 아닌 노조가 직접 뽑을 수 있게 된다. 노조의 대표성이 강화하는 만큼 회사가 임의로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쪽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과반 노조가) 확인한 바는 없으며, 필요할 경우 노조와 협의하여 관련 절차를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단체협약 교섭 결렬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지만, 집중근무시간제(코어타임) 설정 등을 놓고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이 중지된 상태다. 이 제도는 카카오가 2년 전에도 도입했으나, 6개월 만에 철회한 바 있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서 지회장은 “경영쇄신을 말하는 회사가 노동자의 근로·평가 제도만 바꾸면서 정작 경영진의 무책임한 경영 감시와 관련한 제도는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새 평가·보상제도의 재검토와 단체협약 사안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면 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