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지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방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을 살릴 방법을 모색했다. 이들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2024 시도지사 정책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미국 전미주지사협회(NGA)의 연례 총회를 벤치마킹한 행사로 시도지사가 지역 문제 해결방안을 찾고 대국민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렸다. 12개 시도지사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지역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인구감소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제도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박형준 시도협 회장(부산시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인구가 골고루 분산된 나라를 고래에,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를 ‘입 큰 아귀’에 비유하면서 고래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제일 심한 아귀 모델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가장 못생긴 아귀 모델을 갖고 있다”며 “서울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누고 위너(승자)와 루저(패자)로 바꾼게 이 아귀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990년대부터 형성된 ‘인 서울(in seoul)·서울민국·서울공화국’ 바람과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누어지는 대한민국의 구조가 성장률 저하, 초저출산, 사회적 격차 심화 등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살아나려면 각 지역이 특별법을 내놓고 중앙 정부에 규제와 세제 혁신을 요청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준연방제를 위한 개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구감소 등 지방소멸 대응 전략으로 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 등 4개의 강소국으로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등 인구 500만 명대 국가들이 5000억달러 안팎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는 것처럼 한국도 500만 명 이상으로 구성된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내용이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고도의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능동적 대처가 미약하다”며 “지방사업 중앙투자 및 사전심사 기능, 중앙정부의 각종 개발계획과 인허가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독일 연방제에서는 입법·행정·재정권 모두 실질적 권한을 배분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있다”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도지사들은 과감한 저출생 및 외국인 정책으로 인구 반등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65일 24시간 전담 어린이집 설치, 공공임대주택 특별공급비율 100% 확대, 공공기관 주 4일제로 2026년 합계출산율을 1.0명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유학생 유치, 충북형 도시농부, 충북형 도시근로자를 앞세우겠다고 밝혔다.
산업·일자리 정책 의지도 밝혔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1기업·1공무원 전담제, 농생명 산업지구, 산악관광진흥지구 등을 통해 미래첨단정책 테스트베드를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을 통한 산업용지 공급, 지역맞춤형 외국인정책 도입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인공지능(AI)와 미래모빌리티 선도도시로서 도시이용인구 3000만 시대를 준비하기로 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전국 최다 교육발전특구,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경제 도약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