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밖으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꾸준히 줄어온 자산 반출 규모가 올 2분기 들어 다시 증가한 것이어서 중국 당국의 최근 잇단 부양책 발표가 경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우려를 가라앉힐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제공업체 CEIC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 2535억 달러(약 350조1849억 원)가 중국에서 해외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자산 밀반출 규모가 3562억 달러를 기록한 뒤 2분기 3329억 달러, 3분기 3245억 달러, 4분기 3027억 달러, 올해 1분기 2442억 달러로 점차 줄어들던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또 증시 대폭락장(2015~2016년) 여파로 벌어졌던 자산 밀반출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까지 1년간 중국 자산 해외 밀반출 규모는 약 2280억 달러로 추정됐다.

중국 당국이 자산 반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자산을 밀반출하는 이들은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가상화폐가 탑재된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다른 국가로 운반해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물론 그림 등 예술품을 홍콩으로 배송해 경매에 내놓고 자금을 중국 본토 대신 해외에 송금하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자산 밀반출 적발 사례도 최근 들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지난 9월 CCTV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8억 위안(약 1550억 원)을 해외로 옮긴 조직이 적발됐다고 전했고, 5월 신화(新華)통신은 여행사 직원으로 일하며 베이징(北京)에서 불법 외화 환전 사업을 운영한 사람의 처벌 사례를 보도했다.

자산 밀반출 규모 확대 전환은 경제에 대한 대내외 신뢰를 높이려 애쓰는 중국 지도부에 타격이다. 특히 많은 중국 자산가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엑상트 데이터의 수석 전략가 마틴 린지 라스무센은 “중국 내 투자 기회가 부족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자산가들은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해외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최근 (중국 지도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더 이상 중국 내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