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최종 무산될 경우 핵무력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말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이에 대해 “정당한 주장”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핵무기를 갖거나, 어떤 종류의 동맹에 가입해야 한다”며 “나토를 제외하면 다른 효과적 동맹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거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미국과 러시아 본토 이외에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서방 측이 ‘핵무기의 안전한 관리’ 등을 이유로 핵무기 이전을 요구했고, 결국 1994년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겼다. 대신 미·영으로부터 영토와 주권을 보장받는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는 “이 합의의 결과, 우크라이나는 핵방패를 잃었다”면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자체 핵무기 개발은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우크라이나는 핵무기와 시설, 관련 인력을 보유했지만, 이후 폐기해 현재는 핵무기를 개발할 노하우도 전문 인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등 서방이 이를 지원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야르스를 운용하는 이동식 핵미사일 부대를 동원한 훈련을 한다고 18일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모스크바 북서쪽의 트베리주(州) 볼로고예에서 핵미사일 부대의 전투 준비 태세를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7월에도 이동식 발사대를 동원한 야르스 시험발사 훈련을 했었다. 이어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으로 전황이 한층 격화했을 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위협하는 세력을 도우면 공격자로 간주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독트린)’ 개정을 공식 선언하는 등 핵 선제 사용 카드를 재차 꺼냈다.
한편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1만여 병력을 파병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7일 드론 56대 등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이번 공격으로 일부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나 사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 드론 가운데 2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콜라이우는 흑해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로 연결되는 요충지이자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원전이 있는 곳이다.
수도 키이우도 이날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밖에 북동부 수미 지역도 러시아군 드론 공격으로 청사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고 차량 등이 손상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난방·전기·가스 등 생존 필수 시설에 타격을 입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