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회가 해외에서 대리모 출산하는 자국민을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들은 “가족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라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상원 의회는 7시간의 토론 끝에 찬성 84표와 반대 58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당(Brothers of Italy·Fdl)이 제안한 법안으로, 지난해 하원에서 승인됐다.
라비니아 메누니 FdI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토론에서 “모성은 절대적으로 고유하며 대리할 수 없는 우리 문명의 근간”이라며 “대리모 관광을 뿌리 뽑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통적 가족관의 부활을 주장해온 멜로니 총리는 대리모가 “욕망과 권리를 혼동하고 신을 돈으로 대체하는 가증스러운 사회의 상징”이라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법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 아닌 곳에서 이탈리아인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경우 최대 징역 2년과 100만 유로(약 14억8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탈리아 국민은 누구나 대리모 출산이 의심되는 가족을 신고할 수 있다. 앞서 이탈리아는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서 대리모 출산을 금지해왔다. 국제사회가 대리모 출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에 힘을 보탠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LGBT 등 성소수자와 동성혼 지지자 사이에선 “이 법안이 동성 부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가족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NYT 등 외신이 전했다. 법안 통과 전날인 15일 상원 인근에선 반대 시위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