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불길이 레바논까지 확산하면서 레바논인 수십만 명이 내전 중인 시리아로 피란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덜한 ‘차악’의 시리아행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연이은 이스라엘의 포격에 피신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가자지구 주민 200만 명은 국외 피란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격화되는 중동 전쟁에 유엔은 올해 전 세계 난민 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본격적인 공습을 감행한 후 2주간 시리아인 25만 명과 레바논인 8만2000명이 국경을 통해 시리아로 피란했다. 이중 약 60%가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라아로 다시 돌아간 시리아인은 최근 10여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가 파괴되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시리아로 넘어가려던 사람들은 차를 버리고 마스나 검문소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레바논과 시리아 사이에는 총 6개의 국경 검문소가 있으며, 대부분은 아직 개방돼 있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가자지구 인구의 96%인 200만 명 정도가 집을 잃고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데, 임시 천막이나 무너진 건물 더미 사이에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 채 고통받고 있다. 유엔은 이들이 재앙적 수준의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 탓에 국경까지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엔은 올해 전 세계 난민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1~4월 강제적인 이주가 계속 증가해 지난 4월 말 기준 난민 수가 1억2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를 못 채운 시점에 이미 지난해(1억1730만 명)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난민 규모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며,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울러 유엔은 국적이 없어 기본권을 못 누리는 무국적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44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130만 명 정도는 난민이다. 무국적 상태는 기본권이 박탈돼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게다가 건강과 교육 관련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고 여러 면에서 착취와 학대에 취약하다고 유엔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