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커머스 업계에선 두 가지 큰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8월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의 구독료 대폭 인상(4990원→7890원) 결정, 그리고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였다. 두 이슈가 휩쓸고 간 이후 이커머스 생태계에선 ‘민심 잡기’ 경쟁이 한창.
58%나 인상된 멤버십 구독료에 민심이 떠나갈 것이란 세간의 예상과 달리 쿠팡은 인상 이후에도 이커머스 절대강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3210만7000명으로 전달 대비 0.9% 증가했다.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쿠팡·쿠팡이츠·쿠팡플레이를 묶는 ‘쿠팡 유니버스’는 이용자 이탈을 쉽지 않게 만든다. 무료배달을 내세운 쿠팡이츠,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까지 확보한 쿠팡플레이는 단순 ‘끼워팔기’ 수단을 넘어 멤버십 이탈을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 중인 송혜지(37)씨는 “육아를 시작하면서 와우 멤버십에 가입했는데, 급하게 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주문하기엔 쿠팡만 한 게 없다”며 “쿠팡플레이도 볼 수 있고, 쿠팡이츠 할인도 되는데 월 1만원 정도까지는 구독료로 지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싼 구독료에 ‘탈팡’하려는 민심은 존재한다. 그 틈새를 꾸준히 노리는 경쟁자들도 있다. 쇼핑에서 자웅을 겨루는 네이버, 상장을 목표로 달리는 컬리가 대표적. 쏘카·티빙·CU·GS25·롯데시네마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협업하고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6월 배달앱 요기요와도 제휴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넷플릭스와도 제휴를 맺었다. 컬리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컬리멤버스’는 월 1900원의 저렴한 구독료로 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SSG닷컴은 지난 7월 신선식품 배달 특화 멤버십인 ‘쓱배송클럽’을 내놓았다. 쓱배송클럽에 가입하면서 타사 멤버십 이용 화면을 캡처해 장보기 플랫폼에 인증하면 ‘이사지원금’도 준다.
혼란의 이커머스 생태계.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 학습 효과 수혜는 쿠팡 등 ‘안전이 담보된다고 느끼는 곳’들이 가져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처럼 국가 내 이커머스 점유율을 40%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독점하는 사업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이 ‘끼워팔기’에 해당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변수다. 팩플이 이커머스 생태계의 현안, 티메프 사태의 후폭풍,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전략과 이용자 민심의 향방까지 빠짐없이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