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규모가 73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기존에 적발한 350억원보다 약 2배 증가한 규모다. 이를 포함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총금액은 23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892억원), NH농협은행(649억원)보다 부당대출 총금액이 약 3배나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금융지주 및 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 경영진 취임 후 부당대출 취급 증가…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380억원 추가 적발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에서 350억원 규모의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 대출을 적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정기검사에 착수해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 적발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730억원) 중 61.8%에 달하는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2023년 3월) 취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대출(730억원) 가운데 46.3%에 달하는 338억원이 부실화됐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앞서 적발한 전 경영진이 취급했던 부당대출 350억원 중 84.6%가 부실화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경영진이 취급한 부당대출 중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이 장기간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설자금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도수표를 이미 거래된 중도금 증빙으로 인정하거나 계약서 등 고객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 확인을 소홀히 했다.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차주사 대표가 아닌 제삼자와 상담을 진행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다.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은 퇴직 후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 내부에서 부당대출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총 1604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이들은 단기 성과를 위해 대출심사와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부당대출 1604억원 중 76.6%인 1229억원이 부실화됐다. 특히 전체 부당대출의 61.5%에 달하는 987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했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 부당대출 후 금품 수수
KB국민은행은 89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했다.
NH농협은행은 64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했고, 역시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 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사례를 적발했다. 또 여신한도와 전결 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대출 승인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온정적인 내부 문화’를 부당대출의 원인으로 꼽았다. 전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여신 관련 징계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우리은행 내규에 따르면 귀책 금액이 10억~20억원(비외감 5억~10억원)이면 ‘견책’을 받는다. 국민은행은 귀책 금액이 ‘2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엄격하며, 징계 수위도 ‘감봉 이상’으로 높다.
알려진 바와 같이 징계 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과 승진을 단행했다.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취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시킴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5개월 동안 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
농협은행 역시 금융사고 보고 체계가 미흡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 탓에 내부고발 제도 등도 활성화되지 않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내에서 감사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영업점에 대한 내부감사 주기가 3년으로 고정됐다. 최근 개별 영업점 전결 여신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 감사나 특별 감사가 없었다. 게다가 감사기간도 3~4영업일에 불과했다.
박 부원장보는 “사고 원인은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 어렵다”라며 “검사를 통해 금융권 전반에 문제를 서둘러 공유, 신속하고 철저한 쇄신을 촉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검사 발표와 함께 금융업계의 관심은 우리은행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합병에 쏠린다. 정기검사로 도출되는 경영실태평가에 따라 금융당국의 보험사 인수 승인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경영실태평가는 금감원이 은행 경영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자본건전성과 적정성, 경영관리, 수익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등 여러 항목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경영실태평가 이후 종합등급이 3등급 이하가 나오면 자회사 인수나 해외 진출에 제약이 생긴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관련 징계와 보험사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실태평가를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부당대출 관련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감독규정과 관련해 법률적인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가 중간 브리핑의 성격인 만큼 실제 징계 결과는 빨라야 3월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중징계 이상일 경우 제재 안건이 금융위로 넘어간다.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징계를 결정하기까지 최소 1~2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신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 부원장보는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1월15일 보험사 인수 관련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심사 중”이라며 “경영실태평가를 최대한 빨리 투트랙으로 처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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