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장기 거주하면서도 교육이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유령 아동’이 최소 6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동들은 외국인 부모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부모와 함께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가 임시로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준 1000여명에 대해 최초로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을 세운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카메룬 출신 로사(가명·38)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 딸과 갓 돌이 지난 아들이 있다. 10년 전 미스 유니버스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 온 로사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성접대 등을 강요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한국에 남았다. 그러다 한국에서 외국인 남성들을 만나 아이를 낳았지만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헤어졌고 결국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불법체류 신분이던 로사는 천신만고 끝에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줄 수 있었다.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미등록 이주아동 임시등록제’ 혜택을 받은 것이다.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된 이 제도는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아동들이 국내에서 6년(국내 출생·영유아기 입국자)이나 7년(만 6세 이후 입국자)을 체류하면 등록 자격을 얻도록 했다. 불법체류 신분인 외국인 부모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준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22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돼 오는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로사의 자녀들도 초등학생 딸은 체류 자격을 얻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갓 돌이 지난 아들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교육이나 의료 등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법무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미등록 이주아동은 총 6296명(2024년 11월 기준)에 달한다. 다만 이 수치는 국내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 통계를 법무부가 파악 불가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미등록 아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실제 국내에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약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아동 임시등록제 도입 이후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은 아동 108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등록된 아동들이 한국 공교육을 받고 있는지 등 체류 상태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3월 말 종료 예정인 임시등록제 연장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서 의원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출생 등록될 권리’는 아동이 사람으로서 건강한 성장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며 “미등록 이주아동들을 위한 장기적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529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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