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은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AI(인공지능) 분야 연구자가 차지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설계해 신약 개발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는 AI가 화학상의 주인공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18시 45분(한국시간)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62),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 (48),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39)을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거의 불가능한 위업을 달성했다”며 베이커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에 대해서는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려는 50년 묵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발견”이라고 했다.
하사비스 CEO는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을 꺾은 AI ‘알파고’의 개발자다. 알파고의 성공 후 과학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AI 개발에 나섰고, 2018년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의 첫 버전을 내놨다.
이들이 특히 단백질에 주목한 이유는 단백질이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미노산이 결합한 유기물인 단백질은 신체의 기관, 호르몬, 효소 등을 이루는 주성분이다. 단백질의 구조 변화와 상호작용을 분석하면 질병의 원인부터 해결 방법까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미세한 단백질 구조를 들여다보려면 특수 기기가 필요한데다 계산이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사람이 실험을 통해 구조를 밝혀낸 단백질은 극히 드물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게 바로 단백질 구조 예측 AI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은 이어 2020년 첫 버전보다 정확도를 높인 ‘알파폴드 2’를 공개했다. 알파폴드 2는 과학자들이 10년간 풀지 못했던 세포의 단백질 구조를 단 30분 만에 찾아내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올해 5월엔 수십억개 분자로 구성된 유전 물질 DNA의 구조까지 예측하는 ‘알파폴드 3’을 내놨다.
베이커 교수는 더 나아가 세상에 없던 단백질까지 만드는 AI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2022년 공개했다. 로제타폴드 디퓨전은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원하는 형태로 단백질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실제 신약 개발에 적용할 경우, 환자 개인별 ‘맞춤형’ 약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지난해 노벨화학상은 나노기술의 핵심인 ‘양자점’을 발견한 공로로 문지 바웬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교수,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미국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수석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10일 문학상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