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평소에 보기 힘든 두 가지 천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우선 올해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이 뜬다. 특히 목성은 해가 진 후 복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동트기 전 서쪽 하늘로 지기 때문에 밤새도록 볼 수 있다.
이날 목성이 밝게 빛나는 것은 충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충이란 태양-지구-행성이 이 순서대로 일직선상에 있는 때를 말한다. 행성이 충의 위치에 있을 때 그 행성이 지구와 가장 가깝다. 따라서 이때가 이 행성을 관측하는 가장 좋은 시기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목성의 줄무늬나 4대 위성을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목성의 공전 주기는 11.9년이다. 따라서 지구를 기준으로 목성이 태양과 정반대 쪽에 있는 충은 약 1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하지만 지구 공전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고 약간의 타원형이기 때문에, 그 시기와 목성과의 거리, 밝기는 그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목성은 2023년 1월20일 근일점(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지났다. 공전 주기가 1년인 지구는 2025년 1월4일 근일점을 지난다. 목성이 근일점 근처에서 충을 맞는 다음 시기는 2034년이다.
또 이날 저녁 남쪽 하늘에선 달과 토성이 거의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천체는 오후 5시49분 0.3도 각거리까지 근접한다. 맨눈으로 보면 거의 붙어 보인다.
각거리란 관측 지점을 기준으로 한 두 천체 사이의 각도를 뜻한다. 각거리가 1도 이하일 때 근접 현상이라고 부른다. 각거리 0.3도는 달의 겉보기 지름(0.5도)보다 작은 간격이다. 각거리 1도는 팔을 길게 뻗었을 때 새끼손가락 두께 정도에 해당한다. 두 천체의 근접 현상은 월몰 직전인 9일 0시14분까지 관측할 수 있다.
물론 달과 토성이 가깝게 보인다고 해서 두 천체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 대한 달의 공전주기는 29.5일, 태양에 대한 토성의 공전주기는 29.5년인데, 두 천체의 공전궤도면 기울기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에 따르면 한국에서 밤 시간대에 달과 토성이 이번처럼 가깝게 접근한 것은 2002년 이후 22년만이다. 이태형 관장은 “앞으로 밤 시간에 달과 토성이 이번보다 가깝게 접근하는 모습은 2037년에나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