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감소, 이공계 인재 유출 등으로 여성 인력 확보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과학기술계로 유입되는 여성 인력, 연구 지원비 등에 대한 갭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8월 인사청문회 당시 이공계 인재 유출 관련 질의에 “이공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유인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 학생 또는 여성 인력 활용 등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이공계에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처우 등 문제로 이공계 우수 인재가 기업 등에 유출되고 있는 문제를 외국 학생과 여성 인력으로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연구 지원비 차이, 승진 비율, 과학기술계로 유입되는 여학생 수 저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책임연구자 1인당 평균 연구비도 남녀에 따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책임연구자 연구비는 2022년 기준 1인당 2억3000만원이었다. 남성 연구자는 1인당 5억원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 인력 승진 비율도 여성은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과학기술 인력 총 승진자 8420명 중 여성은 1481명(17.6%)에 머물렀다. 기관별 여성 승진 비율을 보면 대학 정교수 승진자 18.8%, 공공 연구기관 책임급 승진자 15.9%, 민간 연구기관 책임급 승진자 12.7% 규모였다.
게다가 과학기술 전공을 희망하는 여학생 수도 많지 않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여학생수 비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수도권 내 공학계열 여학생은 50.7%다. 반면 충청권은 16%, 호남권 8.7%, 대경권 9.2%, 동남권 12.6%, 강원권 2.3%, 제주권 0.5%로 조사됐다.
이같은 문제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네이처는 올해 발간한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지적했다.
네이처는 “2022년 기준 한국 여성 연구인력은 전체 인력의 23%에 불과하다”며 “10억원 이상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맡는 남성 연구자는 1100명인데, 여성은 70명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졸업 직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과학계에 취업하지만 30~50대까지는 남성에 비해 30%가량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최수진 의원은 “국내 과학기술계를 견인할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발굴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급 연구자를 키울 수 있는 성과 제도와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며 “연봉, 연구 평가, 출산 및 육아 지원책 등에 있어서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