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반도체인 GPU를 사실상 독점 중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라피더스를 통해 GPU를 위탁생산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기존 대만 TSMC에 이어 일본을 대안으로 삼아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황 CEO은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행사 후 기자회견 중 “공급망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위탁생산 거점을 분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했다.

황 CEO는 TSMC는 매우 뛰어난 회사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라피더스에 제조를 위탁할 것인가’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라피더스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의 부활을 위해 미국 정부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들을 연합해 설립한 기업이다. 오는 2027년부터 수주를 목표로 내년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엔비디아는 라피더스만이 아니라 TSMC를 통해서도 일본에서 GPU를 생산할 수 있다. TSMC는 일본 반도체 부품·소재 기업에 연이어 투자를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황 CEO는 “일본은 세계 톱 클래스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마침 일본 정부는 황 CEO의 일본 방문에 맞춰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1일 밤 총리 지명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2030년도까지 반도체와 AI에 10조엔(약 90조원) 이상의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발표가 라피더스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의 야심은 일본에서 GPU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만에 이어 일본을 AI로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다. 황은 이날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사업에 일본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을 여러 차례 환기하며 일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그가 방문한 국가 중 이정도의 애정을 드러낸 나라는 드물다.

황 CE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대담을 통해 “AI 활용으로 일본 기업이 잃어버린 수십 년을 되돌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일본에는 축적된 전문지식 축적이 있다”면서 로봇산업을 예로 들었다. 애니메이션 ‘아톰’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로봇 산업에 AI를 접목해 물리적인 AI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인력 부족 문제도 디지털 휴먼과 같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 회장도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의 H100 GPU를 대량 구매해 AI를 발전시키고 있고 최신 GPU인 블랙웰(blackwell)을 도입하고 슈퍼컴퓨터 제조사인 후지쓰와 협력해 AI와 결합한 차세대 통신을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 정부도 예산으로 엔비디아 GPU를 대량구매하고 AI 개발, 즉 소버린AI를 지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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