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건호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리센스메디컬의 안과용 급속냉각마취기기 ‘오큐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드 노보’(De Novo) 승인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드 노보는 기존에 없던 신기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승인 절차로, 혁신적인 기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다. 국내 의료기기 중 드 노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센스메디컬의 오큐쿨은 열전소자(熱電素子)의 냉각기능을 이용해 안구를 섭씨 영하 15도로 순간 냉각하면서도 동상이 걸리지 않은 상태로 마취효과를 내는 기기다. 오큐쿨에 대한 미국 FDA의 드 노보 승인은 황반변성 등 안구질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해당하는 황반에 없던 혈관이 생기면서 장애를 일으키고, 증세가 심해지면 실명에까지 이르는 병이다. 서구사회에선 65세 이상 노인의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한다. 한국도 최근 황반변성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14만5018명이던 황반변성 환자는 2022년 42만3491명까지 늘었다.
김건호 교수는 “기존 약물 주사는 마취 시간이 10분 정도 걸리지만, 리센스메디컬의 마취기기를 안구 흰자위 끝에 접촉하면 마취에 10초, 시술까지 1분이면 끝난다”며 “눈이 충혈되거나 건조증, 주사 공포 등의 부작용에서 냉각 마취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화학성분 노출을 최소화해 충혈, 따가움, 건조증 등의 부작용도 감소시켰다.
오큐쿨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10개 안과병원에서 진행된 임상 1~3상 허가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임상 참여 환자의 80%가 기존 마취제보다 오큐쿨을 선호했다. 시술 시간 단축과 부작용 감소를 직접 체감했기 때문이다.
찰스 와이코프 미국 휴스턴 망막 컨설턴트 병원 전문의는 “냉각마취는 물리적 작용으로 빠르게 효과를 나타낸다”며 “환자들이 짧아진 시술 시간과 빠른 회복에 큰 만족을 보였다”고 밝혔다.
고령화와 당뇨 환자 증가로 오큐쿨이 사용되는 유리체내강 주사술(IVT)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IVT 시장 규모는 약 220억 달러(약 29조 6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