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정계 은퇴 선언을 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하원)이 지난 9일 해산해 오는 27일 조기 총선을 앞둔 가운데 중진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일본 정치계의 세대 교체 바람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NHK·요미우리신문·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여야 각 당에서 20명 이상 의원이 이번 총선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의사를 밝혔다. 정당별로는 자민당 12명, 입헌민주당 3명, 일본유신회 1명, 공명당 5명, 공산당 2명 등이 이번 총선에 입후보하지 않기로 했다.
주요 인사로는 일본 집권 자민당 실세였던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85)이 있다. 그는 자민당 6개 파벌 가운데 5번째 파벌이었던 옛 ‘니카이파’를 이끌었지만,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올 들어 파벌을 해산하는 등 정치 인생의 끝은 좋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친중파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유일하게 독대할 수 있었던 일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13선 국회의원으로 자민당의 2인자인 간사장을 5년 이상 지낸 그는 자신의 3남에게 지역구(와카야마현 와카야마2구)를 대물림했다. 니카이 전 간사장은 “정치 한 길을 걸을 수 있어 감사했다”며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물러날 때”라고 말했다.
니카이 도시히로(사진)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8.8.31 ⓒ 로이터=뉴스1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선 간 나오토 전 총리(77)가 정계를 떠났다. 도쿄에서 14선을 지낸 간 전 총리는 2010년 일본 민주당 정권 2번째로 총리직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듬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제때 수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큰 오점을 남긴 채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그는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은 불행을 얼마나 줄이는가”라며 “현역 후배들이 한번 더 정권 교체를 이뤄냈으면 한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간 나오토 전 총리. (C) AFP=뉴스110선 의원인 기타가와 가즈오 공명당 부대표(71)는 공천 연령을 제한한 당 내규에 따라 강제 은퇴하는 사례다. 공명당에는 ’69세가 넘을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어 기타가와 부대표는 사실상 이번 총선 출마 길이 막혔다.
이밖에 자민당 소속 에사키 데쓰마 전 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 가네다 가쓰토시 전 법무상, 사쿠라다 요시다카 전 올림픽담당상,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노동상, 하야시 미키오 전 경제산업상, 요시노 마사요시 전 부흥상 등이 정계를 떠난다. 오구라 마사노부 전 아동정책담당상은 건강 문제로 불출마를 결정했다. 구 아베파의 좌장이자 파벌 비자금 사건으로 자민당을 탈당한 시오노야 류 전 총무회장도 정치를 그만두기로 했다.
입헌민주당 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 전 문부과학상과 나카무라 기시로 전 건설상, 공명당 소속 다카기 요스케 전 정무조사회장도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