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한 자동차 음주운전 방지장치 제조업체. 소주 한 잔을 3초 정도 머금은 뒤 뱉은 게 전부였다. 운전석에 앉아 음주 측정 단말기에 숨을 불어넣자 빨간 불이 빛나며 ‘삐’ 소리와 함께 ‘Fail'(실패)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자동차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음주 상태가 아닌 경우 시동 버튼을 누르면 단말기에 ‘Ready for breath test'(호흡 측정이 준비됐다)는 문구가 나온다. 삐 소리와 함께 약 4~5초간 숨을 불어넣다 삐 소리가 짧게 두번 울리면 2초간 더 숨을 내쉬면 된다. 단말기에 초록 불이 들어오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폐 모세혈관에서 휘발되는 알코올을 측정한다. 경찰 단속용 음주측정기와 원리가 같다.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음주를 시작한 뒤 30분 정도가 지나면 체내에 알코올이 충분히 흡수된다. 술자리를 가진 뒤 불면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는 표시되지 않는다. 만약 측정 농도가 표시돼 현행 단독 기준인 0.03%보다 약간 높게 나온다면 운전자가 ‘꼼수’를 부려 순간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춘 뒤 시동을 걸 수도 있기때문이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미국·호주·캐나다·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도입했다. 업체 관계자는 “(장치는) 이미 미국에선 수십년 전부터 도입됐고 유럽 쪽도 7~8년 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에도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와 가수 김호중씨,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씨) 등 유명 인사들의 음주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가 오는 25일 도입된다.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사람이 5년 내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만 운전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음주운전은 13만150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2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 재범률도 40%를 웃돈다. 지난해 국내 음주운전 재범률은 42.3%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치를 불 때 운전자 심리적으로 ‘음주를 그만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계 도입과 함께 음주단속 방법도 더 공격적으로 바뀔 필요도 있다”며 “미국의 경우 먹자골목에서 잠복하다가 자동차에 타는 사람을 쫓아 음주 측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꼭 필요한 제도였는데 이제라도 도입돼서 다행이다”며 “우선 시행하고 차차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행 중인 차량 몰수제와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간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