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월드코인’이 사업 개편안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이름을 월드코인에서 ‘월드’로 바꾸고, 블록체인 기반의 신원 인증 체계인 ‘월드 ID’ 발급 방식은 기존의 홍채 인식 외에 여권 정보 입력 등을 추가해 문턱을 낮췄다. 암호화폐 전자지갑인 ‘월드 앱’의 기능도 크게 확장했다.

월드코인을 개발하는 ‘툴즈 포 휴머니티(TFH)’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 첫 공식 행사 ‘어 뉴 월드’(a new world)를 개최했다. TFH는 2019년 올트먼과 알렉스 블라니아가 공동 창업한 블록체인 기업이다. 이들은 ‘오브(orb)’라는 기기로 사람의 홍채를 인식해 신원이 인증되면 전자 신분증의 일종인 ‘월드 ID’를 발급하고, 암호화폐 지갑 ‘월드 앱’에 무료로 일정량의 암호화폐인 ‘월드코인’을 지급한다. 일반인공지능(AGI·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보유한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온라인 상에서 AI와 인간의 구분이 어려워져 인간임을 인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TFH는 이날 기존의 암호화폐 개발 프로젝트인 ‘월드코인’의 이름을 ‘월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블라니아는 이날 발표에서 “’월드코인’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기존 암호화폐 사업을 넘어서, 다른 분야로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TFH는 전자 신분증인 월드 ID를 발급 받을 수 있는 문턱도 낮춘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사용자의 홍채를 인식해야 해서 개인의 민감한 생체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으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탑재된 전자여권 정보를 등록해도 월드ID를 발급받을 수 있다. 기존에 홍채로 월드 ID를 발급 받았더라도, 전자 지갑인 월드 앱 내에서 여권이나 운전면허 등을 등록해 또 다른 전자 신분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드리안 루드윅 최고개인정보운영자(CISO)는 이날 발표에서 “여권 정보 등은 사용자의 휴대전화에만 머물고, 클라우드나 별도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채 인식 기기인 오브를 집집마다 배송하는 서비스(오브 온 디맨드)도 공개했다. 기존에는 오브가 설치된 가게와 장소 등에 사용자가 직접 가야했다. 앞으로는 집에서 설치된 오브로 홍채를 인식하거나, 제휴 웹사이트 등에서 신원 인증을 할 수 있다.

암호화폐 전자 지갑인 월드 앱의 기능도 크게 확장했다. 이날 발표된 ‘월드 앱 3.0’에는 자체 앱 마켓인 미니앱스(Mini Apps)가 추가됐다. 월드 앱 내에서 사용할 다양한 앱을 내려 받는 장터다. 사용자는 채팅 앱(월드 챗), 게임(플로피 오브스) 등을 내려 받거나, 직접 앱을 개발해 장터에 올릴 수 있다. 티아고 사다 TFH 개발 팀장은 이날 발표에서 “신원인증, 금융, 커뮤니티 형성을 목적으로 만든 ‘슈퍼 앱(super app)’”이라고 표현했다.

이외에 딥페이크 기술을 탐지하는 ‘월드 ID 딥페이스’ 기술도 공개됐다. 구글 미트(meet) 등 화상회의 앱과 연동해 상대방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하는지 탐지하는 기술이다. 다만, 어떤 기술을 활용하는지와 구체적인 기술 출시 날짜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인증의 문턱은 낮췄지만, TFH가 홍채 정보 등록 등 이용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9월 말 TFH가 개인의 홍채 정보를 수집, 해당 정보를 국외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자들에게 부실하게 고지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법 미준수에 따른 시정명령과 11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