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가전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LG전자는 아파트 인테리어 단계부터 종합 AI 가전 서비스를 소비자 집안에 밀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생활가전 업계가 효율성을 앞세운 AI 가전으로 수익성 한계를 돌파하려는 가운데, 소비자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생태계에 붙들어놓기 위한 ‘가두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일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월 구독료를 내고 제품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제품 가운데 90% 이상은 AI 제품으로 구성한다. 삼성전자는‘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냉장고)’ ‘네오 QLED 8K(TV)’ ‘비스포크 AI 콤보(세탁건조기)’ 등의 AI 가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들은 무상수리와 종합점검, 소모품 교체 등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구독 기간은 36개월 또는 60개월 중에 선택할 수 있다.
2009년 정수기 렌탈로 시작해 사업을 키워온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구독 서비스가 없었다. 하지만 가전사업의 성장성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자 올해 상반기부터 구독 사업을 준비해왔다.
삼성전자의 AI 냉장고·세탁건조기 등은 대당 300만~400만원에 육박해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비교적 높다. 대신 구독을 통해 목돈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간의 현금흐름을 창출해 재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가전 사업 수익성은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영업이익률이 3.7% 정도로 낮은 편인데, 구독 방식은 애프터서비스(AS) 및 소모품 교체 같은 추가 서비스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수는 2022년 1~3분기 27조3591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4조5150억원, 올해 23조8627억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가전업체들은 시장의 위기를 프리미엄(고급화) 전략과 AI 상품화를 통해 돌파하려 한다. AI를 탑재한 세탁기·냉장고 등은 소비자의 사용 습관과 세탁물·음식물 특성 등에 실시간으로 반응해 최적의 성능을 낸다. 가장 적은 전력으로 최상의 에너지 효율을 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AI 가전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LG전자의 싱큐 같은 원격제어 플랫폼과 맞물려 집안에서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구성하기 때문에, 고객을 브랜드에 붙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까지 있다. 이에 가전업체들은 AI 가전 개념이 태동한 초반기에 소비자들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김용훈 상무는 “이번 AI 구독클럽 출시로 ‘AI=삼성’ 공식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달 29일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와 ‘공간솔루션 제품·서비스 사업화’ 협약을 맺었다고 이날 밝혔다. LG전자는 AI홈 플랫폼 ‘LG 씽큐 온’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인데, 이를 중심으로 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합해 ‘AI 홈’을 구현하는 인테리어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가 고객의 의도를 이해하고 가전과 IoT 기기들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종합 AI 가전 서비스를 소비자가 아파트에 처음 입주해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제공한다는 목표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은 “이번 협력은 AI홈과 인테리어를 결합한 공간솔루션으로 고객 경험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