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트럼프가 돌아왔다. 행정부와 의회 권력인 상·하원을 모두 석권한 ‘트럼프 2기’가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은 간단치 않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는 한국 안보와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든다. 트럼프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넘어 북핵 협상론을 주창하며 한국을 지탱해 왔던 안보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경제 쪽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50억 달러(약 60조원)나 줄어들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차지한 미국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의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버리고 공공재로 제공해 오던 국제안보에 값을 매긴다. 동맹국에도 청구서를, 훨씬 더 비싼 가격이 적힌 청구서를 보낸다. 문제는 트럼프의 핵심 거래 타깃에 한국이 올라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을 현금인출기란 뜻의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지칭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거래의 달인’이라 칭하는 트럼프는 협상이라는 명목 아래 한반도 안보의 핵심이었던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북핵에 대항한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체제도 흔들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거나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반대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한국을 패싱’하고 김정은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의 교환, 나아가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 개시 같은 주고받기식 거래를 한국의 의지나 뜻과 다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늘 약속하던 ‘핵우산’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측불허다. 트럼프는 이미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 기본관세 최소 10%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선언은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드리운다. 미국의 적자가 크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의 현실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를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경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반도체 등 중간재 산업이 파장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 ‘당선인 트럼프’를 만날까. 윤 대통령은 11월7일 약 12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당선을 축하하고, 이른 시일 내 회동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더 센 트럼프의 귀환, 더 센 리스크가 몰려오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기준점은 ‘국익’이 돼야 한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