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들이 무시하고 있다.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태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는데도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다. 한국에서 영업을 하면서도 법망 사각지대에 숨은 셈이다. 한국 게이머만 피해를 본다.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중국 게임사 릴리스게임즈가 개발한 방치형 모바일 게임 ‘AFK: 새로운 여정’에서 영웅 뽑기 시스템인 ‘월계수 주점’의 확률이 잘못 표기되는 일이 있었다. 게임사는 게임 속 유료 아이템이 일정 이상 뽑기를 반복하면 원하는 상품을 확정적으로 얻는 ‘천장’ 시스템이 있다고 공지했지만, 실제 획득 확률은 공지된 것의 약 6분의 1 수준이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 제도를 적용하면, 게임사는 변동 확률이나 천장 시스템 도입 시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릴리스게임즈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AFK 운영진은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상세 확률을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지한 지 일주일이 넘은 7일까지도 추가적인 보상·환불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먹튀각(이익만 취하고 빠져 나가려는 조짐)을 보고 있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게임사의 배짱 운영은 허다했다. 국내 이용자를 기만하는 확률 조작,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후 국내 사업을 접는 먹튀 논란 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관리 당국도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확률형 아이템 표기 위반 사례 중 60%에 이르는 158건이 해외 게임사 사례였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해외 게임사에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지난 6월 발의했다. 해당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남겨둔 상황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국내 게임사에도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해외 게임사도 똑같이 적용 받아야 형평이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법을 위반했을 때 벌금 제재, 시행 시기, 방법 등 제도를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영 단계에선 연착륙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해외 게임사에 제도의 취지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등 제도를 안착할 때까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