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스페이스X가 선보인 ‘슈퍼 헤비’의 발사장 귀환 장면은 우리나라 환경에선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 평가다. 기술적인 면에서 격차가 너무 크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의 작은 해변 마을에 우주기지 ‘스타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2012년부터 인근 토지를 매입·임차해왔다. 스타베이스엔 발사대 ‘메카질라’를 비롯해 냉각 시스템, 저수시설, 착륙대, 발전소, 천연가스 처리 시설 등 스타십 발사에 필요한 최첨단 시설이 모여 있다. 2014년 7월까지 스페이스X는 약 17만㎡를 매입하고 23만㎡를 임차했다. 이 같은 대규모 토지 매입·임차는 발사장 내 소음·분진 등 생활 불편을 줄이고 로켓 폭발·화재 등 불의의 사고 시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이후 이 지역에서 최소 19차례의 폭발, 화재, 누출 등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스타십 2차 발사 당시엔 지상 발사대가 파손되며 콘크리트 파편이 멀리까지 튀는 사고가 있었고 인근 주립공원 부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1만6000㎡가량을 태우기도 했다.

나로우주센터는 상황이 다르다. 스타베이스가 스타십 발사만을 위해 조성된 일종의 시험대 성격인 데 반해 나로우주센터는 누리호, 차세대 발사체 등을 위한 발사장이다. 여러 발사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나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이 크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한 차례 발사 후 발사장을 재정비하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발사 궤도도 재사용 발사체에 적합하지 않다. 스타십은 1단 추진로켓 슈퍼 헤비와 약 64㎞ 고도에서 분리된다. 반면 우주청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는 약 100㎞ 고도에서 단 분리가 이뤄진다. 슈퍼 헤비보다 더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무사히 착지하는 장치를 만든다고 했을 때 3층과 5층의 차이다. 만약 차세대 발사체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고 스페이스X와 같이 64㎞ 고도에서 단 분리를 진행한다면 1단 로켓은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 낙하하게 된다. 슈퍼 헤비처럼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으로 귀환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제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우주청은 제2우주센터와 관련한 사전 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내년 3분기까지 사전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건설계획을 마련한다. 우주청 관계자는 “여러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스페이스X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로 가는 창구가 하나뿐인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