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특수부대 파병을 결정하고 이미 일부를 러시아로 이동시켰다고 국가정보원이 발표했다.
국정원은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라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국정원 홈페이지 보도자료).
그러면서 “이미 1500명이 청진,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라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된다”라고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용모가 유사한 시베리아 야쿠티야, 부라티야 지역 주민으로 위장한 가짜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정보 당국 ‘북한군 파병설’ 확인… 고민 깊어진 나토
이는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사망자가 발견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규모 북한군이 곧 러시아에 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북한 파병설’에 힘을 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인력을 합해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총 1만 명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전술 인력과 장교들은 일시적으로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로 보냈다”라며 “전쟁에 ‘두 번째 국가’가 참전하는 것은 아주 긴급한 문제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경고했다.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안보 구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러시아가 더 크고 긴 전쟁을 원하면서 동맹국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다”라며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시간을 벌거나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 등 자국이 최근 발표한 ‘승리계획’에 지지를 촉구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국가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현재 우리의 공식 입장은 북한 주민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물론 이는 바뀔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북한 파병설에 신중하던 뤼터 사무총장은 급히 입장을 바꾸면서 “한국 등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 첫 대규모 외국 전쟁 참전”… 한국 대응에 관심
외신도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AP통신은 “파병이 사실로 확인되면 북한의 첫 대규모 외국 전쟁 참전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인 12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전투 경험은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파병 대가로 절실하게 필요한 식량과 경제 지원,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장 군대’ 개선을 위한 기술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러시아의 약속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무력화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이 오랫동안 바라던 것을 제공한다”라며 “새로운 무기와 장교들의 현대전에 대한 준비 상태를 시험할 기회”라고 보도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견한다면 수십 년 만에 처음 치르는 주요 전쟁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드론을 포함해 현대전의 샘플을 얻을 것이고, 이를 한국과의 전선에 어떻게 적용할지 연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박원곤 이화여자대학 교수는 “이런 작전은 한국과 미국이 매년 실시하는 군사 훈련처럼 양측의 광범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북한이 곧바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로이터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긴급 안보 회의를 열었다며 대통령실이 “북러 군사 밀착이 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투기, 미사일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이지만 (북한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해달라는 서방 동맹국들의 압박을 공개적으로는 거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바꿀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한국의 레드라인은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