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으로부터 지난달 ‘독점 기업’이라는 판결을 받은 구글의 운명이 내년 여름 결정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미트 메흐타 워싱턴연방법원 판사는 전날 재판에서 구글의 인터넷 검색시장 독점 행위에 따른 처벌 결정을 내년 8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애플·삼성전자 등에 거액을 지급하며 독점적 지배력을 구축,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제소했다. 구글은 지난달 법원에서 “독점 기업처럼 행동하며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판결을 받으며 패소했다. 메흐타 판사는 판결을 내리며 구글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방안은 추가 심리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올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처벌 방안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메흐타 판사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3~4월에 향후 처벌 수위와 절차 등을 심리하는 재판을 몇 차례 열 계획이다.
구글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업 강제 분할이다.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과 온라인 광고 분야를 강제 매각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블룸버그통신은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한 미국 법무부가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방안으로 사업 강제 분할을 통한 해체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가 분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부문으로는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 검색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워즈’ 등이 거론된다. 법무부가 이러한 핵심 사업들을 분할할 것을 요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에는 24년 만의 미국 대기업 강제 분할 조치가 이뤄진다.
사업 강제 분할이 극단적인 조치인 만큼 검색 시장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특히 법무부는 인공지능(AI) 제품 개발에서 인터넷 데이터를 독점한 구글이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법무부는 또 강제 분할보다 수위가 낮은 방안으로 독점 계약 금지 조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휴대전화 제조사 등이 자사의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도록 천문학적인 돈을 지급하는 독점적 계약을 맺어 검색 시장을 장악해 왔다. 구글이 기업들과의 독점적 계약을 통해 지급한 돈은 연간 26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검색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 구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법원이 극단적인 해체 조치까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흐타 판사는 재판에서 “2년 전 증거 수집이 마감된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AI 챗봇을 비롯해 최근 빠르게 변화한 기술 환경을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고, 구글 측 변호사도 오픈AI와 MS 관계자를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