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조지아 유권자들이 한마디 하기를 원합니다. 오늘 30만 표가 넘는 사전투표가 이뤄졌습니다.”

미 조지아주 국무장관실 소속 게이브리얼 스털링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고는 “조지아주 카운티 유권자들은 훌륭하다”고 했다. 조지아주에서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첫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32만8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대선인 2020년 대선 사전투표 첫날 세운 기록 13만6000표에서 123% 증가한 수치라고 스털링은 밝혔다.

조지아주는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로 펜실베이니아(1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대체로 공화당세가 강하지만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1만2670표(0.26%) 차이로 신승을 거둔 곳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수복해야 할 곳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선 사수해야 할 경합주다. 그런 조지아주에서 사전투표 첫날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자 이 표심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양측 캠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효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는 사전투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전투표 비율은 2012년 대선 33%, 2016년 대선 40%였다가 ‘코로나 대선’으로 불린 2020년 대선 때 69%로 급증한 바 있다.

미 NBC 방송이 지난 4~8일 전국의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조사 결과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52%에 달했다. ‘대선 당일(11월 5일)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44%보다 많았다. 사전투표 의향 비율 52%는 4년 전 대선에서 세운 실제 사전투표율 최고 기록(69%)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2016년 대선(40%)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의 참여율이 높아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게 그간의 통설이다. 민주당 정책에 대체로 기울어 있는 젊은 층이나 유색인종, 사회적 약자 계층이 대선 당일 투표 대신 사전 조기투표를 선호한다는 논리다.

이날 공개된 NBC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사전투표 의향 유권자 중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 57%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40%)보다 많았다. 거꾸로 대선 당일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중에선 트럼프 지지자가 58%로 해리스 지지자(37%)보다 우세했다.

친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은 과거 대선에서 선거 조작을 우려해 사전투표를 꺼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대선 캠프 역시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1%포인트 내외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경합주에서 사전투표에 한 표라도 더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에서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경합주 공략에 힘을 쏟았다. 해리스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청취자의 절반 이상이 흑인인 라디오 방송 ‘더 브렉퍼스트 클럽’에 출연해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는 첫 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공제 확대 및 자녀 세액 공제 등 공약을 언급하며 “특히 주택 소유 문제와 관련해선 흑인의 주택 소유 비율이 40% 낮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며 흑인 유권자를 겨냥한 맞춤형 공약임을 강조했다. 트럼프를 향해서는 “그에게 흑인을 위한 계획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프로젝트 2025’에는 경찰의 불심검문 정책을 도입할 계획과 노동자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들어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해리스 부통령 지지 행사에 참석해 “카멀라는 그녀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것”이라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친노조 대통령임을 부각하며 지역 노조원들에게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을 역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세 집회를 열고 “선거 조작이 소용이 없을 정도의 압승을 원한다”며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는 “조기 투표가 진행 중이다. 모두 나와서 투표하자”며 “우리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4년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가솔린 차량을 가질 것이나 수소차는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소차는 폭발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문제가 있다. 위험하다”며 자신은 수소차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