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2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총선백서’가 이르면 오는 21일 공개된다. 지난 4월 총선 종료 후 무려 반년 만이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이후 공개될 총선백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위원장 조정훈 의원)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백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당 특별위원회 성격인 총선백서TF의 최종 결과물(총선백서)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에 보고하는 절차로, 통상 보고를 마친 직후 대중에 공개된다.

당초 최고위에서는 재보궐 선거 다음날인 17일에 총선백서를 보고할 것을 TF에 요청했으나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해 21일로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선백서가 공개된다면 지난 4·10 총선 이후 무려 6개월 만이다. 21대 총선백서가 총선 종료 후 4개월 뒤에 공개된 점을 돌아보면 예년에 비해 2달 이상 지연된 셈이다.

4·10 총선 참패 원인 분석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제작한 백서는 △공천평가 △공약평가 △조직평가 △홍보평가 △전략평가 △여의도연구원 평가 △당정관계 및 현안평가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통령실 민생토론회를 통한 당무개입 의혹, 선거 막판 ‘황상무·이종섭 리스크’ 영향,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을 내세운 한 대표의 선거캠페인 평가 및 비례대표 사천 논란 등이 총선 패배에 미친 영향이 수치화돼 담긴다. 대통령실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한 한 대표에 대한 비판·지적이 주요하게 담긴다.

당초 총선백서는 지난 6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계속 지연됐다. 여당 총선을 이끈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백서 내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친윤계는 백서 공개를 요구했고 반대로 친한계는 반대했다. 결국 황우여 비대위가 총선백서는 전당대회 이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하면서 전대 기간 백서는 출간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대표가 취임 이후에도 3달 가까이 백서는 비공개 상태다. 한동훈 지도부가 계속되는 당정갈등 및 지지부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으로 인해 한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총선백서 공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총선백서TF는 이미 지난 8월22일 최종본을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제출했으나 두 달 가까이 최고위는 보고를 받지 않았다.

다만 총선백서가 최고위 보고 절차를 거친 후 바로 공개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고위에서 총선백서 보고 절차를 거치면 바로 공개한다는 명문화된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백서TF 관계자는 “통상 최고위에서 백서 보고절차를 마치면 바로 공개해왔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통상적이니 않은 상황이기에, 최고위가 백서 공개를 불허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백서가 10·16 재보궐 선거에 따라 한동훈 지도부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등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게 되면, 한동훈 지도부에 대한 질책이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총선 참패 책임을 반추한 총선백서가 한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재보궐 결과에 따라 한동훈 지도부가 공개 시점을 달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