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침투시 ‘응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부는 체제 위협을 느낀 북한이 남북관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한 데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 통제를 위해 외부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고 과장하며 활용해 왔다”며 “갑작스럽고 유난스러운 이번 무인기 소동도 유사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본인들이 필요하면 수시로 이렇게 남북관계 위기를 조성해 왔다”면서 지난 2020년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례와 2016년 목함지뢰 도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북한은 2020년 6월 4일에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지 않으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뒤 약 열흘만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실제 무단으로 폭파했다. 이번에도 무인기 침투를 빌미로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군 전선 포병부대는 소위 ‘서울 불바다’를 만들겠다는 부대로 기존보다 훨씬 강도 높은 도발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문제는 북한 최고존엄의 문제가 달린만큼 한국이 위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 2020년과 비슷한 긴장 조성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소 교수는 “북한 국방성의 발표문은 추가적인 한국발 무인기 침범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며 무인기에 대해 즉각 타격한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내부 불만 해소용으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만큼 정부가 대북 메시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무인기를 보낸 주체에 대해서는 정부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서툰 삐라(전단지)의 문구와 무인기 형태로 볼 때 기존 탈북단체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단 내용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애용하는 명품 시계와 그의 딸 주애가 착장한 명품 사진을 첨부하고 한국 표현을 썼는데 기존 전문단체가 만든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전단 살포도 제대로 못 뿌려서 묶음을 떨어뜨렸는데,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단체의 소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모든 사태는 북한에서 비롯됐으며 북한은 추잡하고 저급한 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면서 “군이 선조치 후보고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들은 하달돼 있다”고 전했다. 예하부대에 대북 감시경계 및 화력대기 태세 강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실장은 실제로 국경선 부근 북한군 포병부대가 사격 준비를 마쳤는지, 우리 군의 전방지역 대비태세가 격상됐는지 등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사실들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북한 전략에 말려 들어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군은 현재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군 정찰위성 등 우주 발사체 발사, 경의선·동해선 등 남북 연결도로 폭파,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안포 발사 등 각종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