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된 초대규모 인공지능(Hyperscale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는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AI 역량을 지닌 곳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런 네이버가 커머스 분야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자, 사회 곳곳에서 운영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네이버는 이런 요구에 맞춰 그간 상생을 기치로 꾸려온 이커머스 서비스에 기술을 더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확산에 따라 위조·유해 상품 유통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상품 적발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적발된 위조 상품은 19만1767건에 달했다. 이로 인한 국내 업체들의 피해 추산액은 114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알리 익스프레스는 5443건, 테무는 88건으로 집계됐다. 중국 쇼핑몰에서 유통된 위조 상품만 총 5531건인 셈이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는 쿠팡 1276건·11번가 714건·G마켓 2032건·인터파크 372건·옥션 1632건·번개장터 862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티메프 사태로 1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소 판매자를 중심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지난 18일 이커머스 사업자가 ▲소비자 구매 확정 후 20일 이내 입점 사업자에 판매 대금 지급 ▲판매 대금의 절반 이상 금융기관에 예치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이커머스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런 상황에 맞춰 기술을 꺼내 들었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꽃’과 같은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커머스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커머스 확산과 티메프 사태로 요구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술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구매자·판매자 정책을 강화, 플랫폼 신뢰도를 높이겠단 취지다. 네이버가 올해 구매자를 위해 구축한 ‘안심 보장’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매자 피해를 유발하는 ‘위조 상품’과 직거래를 유도하는 ‘피싱 몰’ 등을 탐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이버 측은 “이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며 개발한 다양한 탐지 기술과 검색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 처리 노하우를 활용, 상품 구매 사전·사후 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수년간 위조 상품 유통 근절을 위해 판매자의 패턴을 분석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위조 상품 판매 이력이 있는 판매자를 탐지하고, 의심 상품 자체를 잡아내는 AI를 서비스에 접목한 상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 입점 판매자의 허들을 높여 구매자를 보호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는 구조다. 네이버의 사전 탐지 대응률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피싱 의심’ 판매자 탐지 기술 역시 지속해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안심 보장 프로그램을 구축하며 ‘이상 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를 고도화해 서비스에 적용했다. 직거래를 유도하는 판매자를 차단해 안전한 이커머스 환경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지난 8월 기준 직거래 유도 등으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1월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그간 배송 속도와 가격 경쟁에 집중되던 이커머스 업계가 다시 기본을 다지는 분위기”며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피해를 보자, 플랫폼이 갖고 있는 기술적·정책적 노하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커머스 서비스의 본질로 돌아가 안전한 제품의 유통은 물론 판매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안전망이 마련되는 중”이라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기술과 정책 노하우를 고도화해 플랫폼 신뢰성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도착 보장 상품에 대해 구매자의 쇼핑 편의를 높여주는 무료 교환 반품 서비스 ‘반품 안심케어’를 적용했고, 판매자의 재고·배송비 부담을 고려해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티메프 사태 발생 전인 2020년 11월부터 빠른 정산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일찍이 상생을 기치로 정산 시스템을 꾸린 셈이다. 티메프 사태 후 빠른 정산 시스템이 판매자의 ‘플랫폼 입주’ 기준이 되면서 네이버의 정책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는 배송 시작 다음 날 정산 대금의 100%를 지급하는 구조로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이 구매자에게 배송되기 전’ 대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약 12만 명의 소상공인이 빠른 정산을 이용했고, 선정산 대금 역시 누적 기준 40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네이버페이의 거래 데이터와 노하우를 토대로 개발된 FDS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거래 전반에서 부정 거래를 차단하고 이상 거래 활동을 찾아내는 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실 사업자를 선제적으로 걸러내 빠른 정산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셈이다. 네이버페이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주최하는 ‘상생·협력 증진 우수기관’에서 전자금융업 부문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기관 포상을 받은 바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일반정산에서도 소비자의 ‘구매 확정’을 앞당기는 서비스 설계해 운영 중이다. 판매 대금의 빠른 정산은 소비자의 빠른 구매 확정을 전제로 한다. 네이버는 이런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구매 확정을 독려하는 알람을 제공 중이다. 빠른 구매 확정에 동참한 소비자에게는 결제 금액의 1%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지급한다.
네이버의 이런 정책 덕분의 네이버쇼핑 사용자들의 평균 자발적 구매 확정 비율은 47%에 달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비자가 판매자의 빠른 대금 정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소비자와 함께 안심 거래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