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A(27·대위)씨와 부중대장 B(25·중위)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검 형사1부 오세문 부장검사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A·B씨를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왼쪽), 부중대장.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송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30년 이하)를 적용해 기소했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부중대장은 지난달 22일 훈련병 6명이 취침 점호 이후에 떠들었다는 내용을 이튿날 오전에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했고, 군기훈련 승인을 받아 이를 실시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군기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부중대장은 이 같은 상태에서 23일 오후 4시 26분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뒤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 2바퀴를 돌게 했다.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한 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했다. 결국 박 훈련병은 뜀걸음 세 바퀴를 도는 도중인 오후 5시 11분 쓰러졌다.

그런데도 피의자들은 열사병으로 인한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과실로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 훈련병이 25일 오후 3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국과수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박 훈련병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당시 대검찰청은 영장 심문에 춘천지검 소속 부부장 검사와 훈련소 조교 출신으로 간호학을 전공한 검사를 투입해 ‘피의자들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참고인들도 모두 군인인 점 등 군 관련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아 구속영장 발부를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정신건강임상심리 자격증 보유 검사가 생존 피해자들의 불안 및 우울 정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정신 건강 상태를 살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박 훈련병의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며, 공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의 재판절차 진술권 등 재판 절차상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