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의 원칙은 단지 인터넷 서비스의 공정성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산업의 혁신과 경제 성장의 기초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며, 독립적인 정책을 지속해야 합니다.”

망중립성과 망이용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주제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망중립성 규제 폐지라는 이슈가 다시 부각됐고, 이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터넷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망중립성과 망이용료 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며, 하나의 정책 변화가 다른 정책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15일 ‘2기 트럼프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 변화와 국내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때와 달리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해도 망이용료는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고려해 망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망중립성 규제와 망이용료 부과의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망중립성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모든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 없이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특정 콘텐츠 제공자(CP)의 트래픽을 우선 처리하거나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다.

반면 망이용료는 콘텐츠 제공자가 ISP에게 자신의 트래픽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이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접속 비용을 커버하는 성격을 가진다.

안 교수는 “이 두 가지 정책은 목적과 적용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무조건 망이용료 부과가 가능해지거나,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통해 차별적 트래픽 관리나 서비스 차단을 금지하고 있으며, 망이용료와 관련된 계약은 별도의 규제 적용이 필요 없다고 명확히 밝힌바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정부 망중립성 규제 완화해도…국내 영향 미미

안정상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망중립성 규제 폐지는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2021년부터 시행된 개정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망중립성은 통신사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인터넷 시장을 유지하는 중요한 규제인데, 이를 무시하고 외세의 정책에 따라 변화시킨다면, 국내 인터넷 환경과 산업 혁신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망중립성 규제 완화되면 혁신 시장 위험

망중립성 규제 완화는 대형 ISP들에게는 추가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망이용료를 지불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서비스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고,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안 교수는 “미국에서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한 이후, ISP들이 특정 콘텐츠에 대해 속도 제한을 가하거나, 데이터 속도를 차별화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소방대원들의 데이터 속도를 제한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사례는 망중립성 규제가 없다면, ISP들이 콘텐츠 제공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하므로, ISP가 요구하는 망이용료를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거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혁신적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인터넷 시장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독립적인 정책 유지가 중요

안 교수는 “망중립성 규제의 완화나 폐지는 국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한국의 특성과 산업 환경에 맞는 독립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같은 법적 장치의 도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더 이상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며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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