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3분기(7∼9월) 성적이 극명히 엇갈렸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 넥슨과 크래프톤은 연간 기준 최대 매출을 이미 넘었거나 달성이 유력하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새로운 흥행작을 내지 못한 게임사들은 아쉬운 실적 속에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①넥슨은 12일 실적을 공개하고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3%, 영업이익은 11% 늘었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9월까지 누적 매출은 3조2,000억 원이 넘었다. 지난해 문턱에서 멈췄던 국내 게임업계 최초 연 매출 4조 원 달성에 다시 도전한다. 성공의 중심은 한국보다 해외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한국 매출이 38% 떨어졌지만 중국 매출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에 힘입어 138% 치솟았다. 북미·유럽 시장에서도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와 서구 맞춤형으로 운영 중인 ‘메이플스토리’가 인기를 모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②크래프톤도 올해 분위기가 좋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59.7% 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누적 매출은 2조922억 원으로 창사 이래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는데 3분기 만에 달성했기에 더 인상적이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 의존한다는 우려가 무색할 만큼 이 게임이 초장기 흥행 중이다. 2분기 뉴진스에 이어 3분기엔 스포츠 차량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협업이 큰 성과를 냈다.
다른 게임사들도 실적을 회복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 ③넷마블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흥행 덕에 지난해까지 이어진 적자 흐름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④위메이드는 ‘미르’ 라이선스 수익 덕에 2023년 4분기(9∼12월)부터 이어진 3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출했다. ⑤’야구 게임 명가’인 컴투스는 국내 프로야구의 흥행에 힘입어 게임도 인기를 끌면서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일본프로야구(NPB) 게임으로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3분기에 웃지 못한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효율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에 영업손실 143억 원으로 12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에 머물렀다. 엔씨는 희망퇴직과 자회사 분사, 일부 성과가 낮은 프로젝트 정리 등을 통해 본사의 인력을 4,000명대에서 3,000명대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접수를 완료한 희망퇴직 신청자는 5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1% 줄었다. 무선통신기기 자회사인 세나테크놀로지의 지분을 팔고 골프예약 사업 등을 하는 카카오VX가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사업 재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지만 모바일 게임 부문의 실적도 약세를 보였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6일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재정비 중”이라며 “본업인 게임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