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 나선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에 이어 노조와 30년간 유지해온 노동협약을 폐기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규모 해고를 예고한 조치인 만큼 파업 등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0일(현지 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고용 보호 협약을 포함한 6개의 노동협약을 폐기하기로 했다. 1994년 폭스바겐 노사가 체결한 노동협약은 독일인을 위한 고용 보호 협약과 고위 임원들에 대한 임금 협약, 임시직 근로자에 대한 협약, 교육을 이수한 수습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스바겐 인사 책임자인 군나르 킬리안은 이날 성명에서 “회사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은 불확실성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가 회사를 위한 미래 보장형 전망을 만든다면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임직원의 협조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노사가 2025년 6월까지 새로운 협약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사측은 경영상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조위원장은 “일자리에 대한 역사적인 공격에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상급 단체인 독일 금속노조(IG메탈) 역시 “행동 없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적극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앞서 이달 2일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등을 포함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폭스바겐이 내건 비용 절감 목표치는 150억 유로(약 22조 1800억 원) 규모다.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계획은 유럽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 계획을 연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전기차 판매 둔화와 충전소 확대 지연,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등 전기차 사업이 총체적 난관에 부딪히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당초 계획했던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동차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팀 어쿼트는 “내연기관 기술 투자를 중단했던 많은 업체가 투자를 계속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전시장에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전했다.